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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Me Generation 2011/01/23 23:33



나이 어린 여자가 남자 소변통을 들고 다니며 아무렇지 않아하는 모습에 더 마음이 갔다고, 저 여인과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고 결심했다지. 이미 인터뷰에서 여러 번 봤던 이야기. 볼 때마다 가슴이 쓰리네. 나도 그런 기억이 있으니까. 


알고 지낸 건 여러 해, 정식으로 사귄 지는 일 년쯤 되었던가. 장거리 연애가 힘에 부쳐 혼자 진지하게 관계의 지속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터졌던 사고.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내 생각이 먼저 났다던, 친한 형이 바꿔준 전화에 고통이 잔뜩 묻어나던 목소리. 당장 달려가서 손 붙들고 같이 아파해줄 수 없음에 밤새 몸부림치고 괴로워했던 나. 이런 사람을 두고 이별을 생각했었나 자책하게끔 했던 스물 셋 그 해 겨울. 부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인천으로 낯선 길을 달려 만났던 너는 참 아파 보였지.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괴로워서 난 네 상처를 들여다 볼 용기조차 못냈어. 아무렇지 않은 듯 보여주는 피멍 가득한 엉덩이를 보면서 내가 속으로 얼마나 많은 울음을 삼켰는지 아마도 넌 몰랐을테지. 지금도 그 기억은 생생해.
너를 보러 간다고 탔던 첫 기차의 스산한 공기, 녹은 눈으로 질척거리며 지저분한 길에 굴렸으면 꽤 볼만했을 내 하얀 패딩 점퍼, 새벽에 출근하시는 네 어머니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좁은 4인실 침대 위에 날 앉혀두곤 다리를 쓰다듬던 네 손길, 같이 먹었던 불어터진 어묵, 차가운 병실 복도, 소변통 들고 다니는 나를 바라보며 쑥덕거리던 간호사 언니들, 다리에 박힌 철심이 참 생생하게도 찍혀 있던 네 엑스레이 사진, 물리 치료실로 향하던 병원 맨 윗층의 아슬한 경사 같은 것들. 

휠체어를 밀어본 적이 없는 서투른 나는 제대로 네 고생을 덜어주지도 못했던 것 같아. 고작 곁에서 소변통 몇 번 받아주고 발 한 번 닦아준 것 밖에는. 네 앞에서는 티낼 수가 없어서 주인 없는 네 방에 내려 앉은 뽀얀 먼지를 걸레로 훔치며 떨어트린 눈물같은 거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겠지만 그 때 난 참 많이 아팠다. 그래서 내 편지에 답장해줄 수 없었던, 휠체어에 앉아 나를 배웅해야 하는 네 마음을, 목발 짚느라 차가운 내 손 잡아주지 못하는 너의 힘겨움을 잘 몰랐던 게 아닐까 싶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미안해졌어. 좁은 병실에 드러누운 남자한테 차일 정도로 내가 형편없었나 싶어 열이 났던 나는 참 어렸던거지. 

그래서 내 이별이, 외로움이 아파서 끝내 네게 건강하게 잘 지내란 말을 하지 못했던 거 늘 미안했어. 다시 안 볼 사이여도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아픈 너인데. 그 때는 내가 참 많이 모자랐었다. 그래서 도합 서너 시간을 전화기를 붙들고 울고선 씩씩하게 일어나 아침 일찍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으며 이제 진짜 혼자니까 잘 지내야 한다고 건강해야 한다고 되뇌였었어. 넌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이 3월 1일, 룸메이트와도 헤어져 내가 처음으로 진짜 '혼자' 살게 된 날이었잖아. 그래서 그 날은 내게 좀 특별했어. 뭐 이제는 질펀한 술자리에서 꺼내놓을 수도 있게 된 농담 한 자락 같은 거지만 말야.


그냥 티비 보다가 오랜만에 네 생각났어. 아직 못 잊는 것도, 감정이 남은 것도 아닌데 가끔 생각나는 그 시절.
이제는 건강하겠지? 누구보다 활동적이었던 너잖아. 네가 농구하는 모습에 얼마나 설레였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더 나은 실력을 뽐내며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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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ired Soul

하찮은 근황

Me Generation 2011/01/15 00:13






- 날씨는 어제 추웠고 오늘 춥고 내일도 추울 예정이고 곧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씨가 온다는 말만 반복중.
그 탓에 매일같이 어깨 웅크리고 행여 얼어붙은 길에 넘어질까 땅만 보고 걸어다녔더니 파란 하늘이 그립다.
주기적으로 짠내를 쐬어야 하는데 바닷바람 마시러 가고 싶어 끙끙 앓는 중. 날만 잡으면 왜 그 날이 제일 춥다니.


- 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대한민국이 푹 빠져 들썩거리니까 외려 애정이 식고 있어.


- 내 친구가 아이를 가졌을 때 자기는 세상에 임산부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고 그랬더랬다.
다 처한 상황에 맞춰 보는 눈이 달라지는게지. 그래서인지 요즘 서점에 가면 내 나이에 읽고 이렇게 저렇게 행해야 한다고 하는 책들만 눈에 띈다. 근데 난 그런 책들 제목만 봐도 간에 두드러기 나잖아. 이래서 안됐고 안될건가. 그렇겠지.


- 휘몰아치는 감정들에 허우적거리느라 몸과 마음이 지칠 때쯤 이것이 극히 적은 양의 호르몬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되면 나라는 존재는 무언가 싶어 그러잖아도 바닥을 기고 있는 자존감이 땅을 뚫고 들어갈 지경이 된다. 하찮고 하찮아.


- 그러니까, 나 요즘 되게 곤두서있으니까 건드리지 좀 말라고.


- 누군가의 소개, 주선으로 이성을 만나게 되면 긴장과 부담으로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데다 안 좋은 추억들로 가득해서 누가 소개해준다고 하면 이제는 덜컥 겁부터 난다. 참, 사이버 뒷담화는 까고 싶지 않지만, 네놈이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는지 해를 넘기고서야 알았지. 새끼야, 네가 억지로 손 한 번 잡았으니 망정이지 진짜 너랑 뭐라도 했으면 어쩔뻔 했니 응? 그래요. 나 그렇게 좋지도, 근사하지도 않으니 없는 말 지어내서 까지 않아도 안 좋은 말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을텐데? 아오 진짜 따귀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따박따박 따지고 싶어도 그러려면 만나야 하니까 참고 있는 거에요. 알겠니? (어차피 이것도 볼 일 없지; <-)


- 응원팀의 모기업이 창피해서 갈아타고 싶게 만드는 상황. 진짜 부끄럽다.


- 섬세하고 예술적 기질이 있는 이들에게 기본적으로 끌리면서도 가끔씩 말도 안되는 피지컬과 남성 호르몬으로 무장한 머슴 타입에게 눈이 뒤집히곤 한다. 그래서 운동 경기 보는 걸 좋아하는 건가. 요새 박상오 너무 예쁘단 말이에요. (...)


- 스포츠 좋아하는 여자가 좋다면서 막상 얘기하다가 자기보다 많이 알고 있으면 얼굴 굳히면서 불쾌감을 드러낸다. 어쩌라고;


- 애써 아닌 척 하지만 난 질투 심하고 욕심 많은 어린애. 덜 자랐어 아직도.


- 요며칠 거울 보면서 되게 못나졌다, 나이 먹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되게 우울해졌다.예쁜 언니들은 거울만 봐도 배부르겠지? 동안이시네요, 나이보다 어려보인단 소리에 챙겨바르는 것도 잊고 살았더니 제대로 썩었어; 하긴 뭐 언제는 고왔나. 이제 정말 아이크림을 챙겨발라야 되나요. 스무 살 때부터 발라야 효과 본다던데 이미 늦었는지도 Orz.


- 나 요새 되게 외롭고 쓸쓸해. 마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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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ired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