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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의 아니게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을 지도 모릅니다.





1.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

금성무가 제갈량이라고 깠던 색히들 다 나와서 배꼽사과해라-_-+
역시 우리 무옵화는 최고였습니다. 잘생긴 얼굴에 부채를 살랑거리시며 냉정을 유지하는 그 장난기어린 눈망울.
연약한 듯 강인하고 유약한 듯 하지만 제법 남성적인 굵은 선의 소유자, 속을 알 수 없는 지략가의 면모에 금성무만큼 어울리는 사람도 드물죠.  그 잘난 세치 혀로 저도 좀 설득해주시면 좋을텐데 (...야야야)

아무튼 두 시간짜리 떡밥은 최고조로 강화되었더이다.
유비,관우,조조의 이미지 캐스팅이야 뭐 뻔한 거였고(관운장 목소리는 좀 병맛-_-) 애초에 핀 조명은 금성무의 제갈량과 양조위의 주유에 맞춰진 관계로 감녕, 조운 정도를 제외하고는 노숙, 황개 등등 대부분 거의 단역 정도로 처리되었더군요. 아, 물론 조조만큼은 찌질한 소교 덕후의 매력을 물씬 풍깁니다. 1편에서 좀 더 멋졌어야 나중에 극도로 찌질해질 때 그 효과가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워낙 연기 잘하시는 분이니 크게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고 양조위가 주유를 맡아서인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익숙한 전통적인 해석에 비해 주유는 모차르트 제갈량의 그늘에 가린 살리에르의 느낌보단 강단 있는 장수로서의 느낌이 강하더군요. 잘난 두 남자의 이야기가 주가 되다 보니 그런 거겠죠. 그렇지만 음(音)에도 조예가 깊고 부하들을 아낄 줄도 아는 영웅의 풍모를 나타내기 위해 집어넣었던 몇 몇 에피소드는 좀 닭살스러웠습니다. (소교와의 베드씬은 차라리 안 보여주는 게 더 나았을지도-_ㅠ 색계랑 너무 비교된다 ㅠ_ㅠ)

사실 요즈음 액션물들은 황당무계한 먼치킨 캐릭터들의 대결이라기보단 피와 살이 직접 맞부딪히는 사실적인 액션이 많아졌어요. 더 이상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며 모든 총칼을 다 피해가고 아무리 맞아도 절대 죽지 않는 금강불괴의 캐릭터들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달까요. 그런 건 슈퍼맨이나 아이언 맨의 활약으로도 충분하니까...
최근 나왔던 [명장(아, 진짜 이 번역 센스 참 Orz)]의 액션이 특히 그랬는데 정말 찌르고 베는 느낌이 살아 숨쉬는 영화였더랬죠. 그래서인지 삼국지를 빌어온 영화에서만큼은 좀 황당하고 전설적인 영웅들의 말도 안되는 멋진 실력 행사;를 좀 봤으면 했더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적벽대전]의 액션은 좀 김이 새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아두를 품에 안은 채 백만 대군을 뚫는 상산 조자룡의 환상적인; 액숀을 기대했던 제게 그 장면은 극중 조자룡의 미모만큼이나  실망스러웠달까요. 화살 아끼는 레골라스보다 더한 조자룡의 헌 창 주워쓰기를 기대했건만 정작 그건 관운장께서 보여주시더군요. 그리고 청홍검 득템씬은 왜 빠진거냐-_ㅠ 거기다 영화를 2편으로 쪼개기 위해서 지나치게 길어진 팔괘진 전투씬들은 전지적 시점의 공간감각이 그다지 살지 못하고 지엽적인 전투 장면만 나열되니 지루하기까지 했어요. 기대했던 무신 관우의 액숀은 적군의 창 적절하게 재활용하기에 그쳤고 장비는 그저 한 마리;의 차력사였거든요. 오히려 나카무라 시도가 분한 감녕의 액션이 최고였어요. 저는 좀 더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전투가 아닌 전쟁을 감상(...)하는 느낌을 원했는데 제대로 살과 살이 맞붙고 창과 방패가 격돌하며 그 사이에 튀기는 피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니 뭔가 심드렁하더라구요. 이런 건 다른 영화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건데... 삼국지의 매력은 상상으로만 그쳐야 했던 그 거대한 스케일을 실사화하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좀 더 판타지스러워도 되지 않나 그런 기대를 제가 가졌던거죠. 꿋꿋하게 등장하는 비둘기 덕분에 비둘기 덕후 소리를 들으면서도 끝내 만들어 낸 비둘기의 시선으로 보는 조조군의 위용같은 장면처럼 말이죠.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한껏 뽐내는 멋진 장면이었어요.)

그렇지만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2시간이 넘는 장황하고 거대한 떡밥이므로 아직은 더 보여줄 게 남았으니까요. 떡밥치곤 꽤나 싱싱하고 맛있;거든요. 파닥거릴 가치가 있더란 말입니다. 금성무, 양조위, 장첸 등등 좋은 배우들이 기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아직 메인 요리는 상에 오르지도 않았어요. 에피타이저가 좀 미흡한 듯 해도 아직 식당문을 박차고 나가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오우삼은 왜 이걸 두 편으로 나눠서 개봉하는 걸까요? 쓸데없는 베드신이나 다소 지루한 액션신들을 쳐내면 좀 타이트하게 한 편으로 밀도 있는 작품을 내놓을 수도 있었을텐데요. 비아시아권에서는 한 편으로 개봉된다고 하던데 나중에 그걸 구할 수 있으면 한 번 보고 싶네요. 아무튼 2편은 제대로 불살라주길. (막상 써놓고 보니 굉장히 실망한 것 같지만 그건 기대가 커서이고 사실 꽤 괜찮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구요. 특히 금성무와 장첸... 잘생긴 것들은 얼굴 믿고 좀 놀아도 되는데 참... 훈훈한 인간들 +_+)





2. [님은 먼 곳에]

이 영화 대체 왜 만든 걸까요?

차라리 월남에 돈 벌러 간 리다 김정만과 와이 낫(Why Not) 밴드의 좌충우돌 로드 무비로 만드는 게 훨씬 나을 뻔 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눈에 여자는 성녀(여신) 아니면 창녀뿐인가봐요. 여신 드레수애는 먹을 때만 사람 같고 병맛 엄태웅은 여신님을 데리고 살면서도 호강에 겨워 월남에 갑니다. 나같으면 떠받들고 살겠더만 (...). 겉핥기에 그친(어차피 배경일 뿐이니까) 월남전은 그렇다 치고 살아 숨쉬어야 할 인물들마저 통째로 박제되어 클로로포름 냄새만 물씬 풍깁니다. 그러니 수애의 웃음에도 눈물에도 전혀 공감할 수 없고, 엄태웅은 그저 복에 겨운 또라이일뿐이며 그나마 체온이 느껴지는 존재는 정진영이 연기한 김정만 뿐입니다. 이준익 감독이 가장 잘 만드는 캐릭터죠.  

주제곡인 님은 먼 곳에를 비롯해 미군이 참여한 전쟁 영화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대니 보이를 주구장창 틀어제끼니 억지 감동이라도 줘야 할 클라이막스 때는 '또냐...'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더군요. CGV VIP 시사회로 본 건데 공짜로 봐놓고 개봉하기도 전에 이렇게 왕소금을 뿌리냐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네, 아무래도 전 이준익 감독과는 안 맞나봐요. 좀 덜 마초스러운 강우석이란 생각이 들어서 볼 때마다 불편하고 그 촌스러운 감각엔 코웃음이 쳐지거든요. 그럴려면 니가 만들던가라고 하시겠지만 전 평범한 한 명의 관객일 뿐 제 감상이 영향력있는 매체도 아니잖아요. 아무튼 님은 먼 곳에, 이준익 감독도 훠이훠이...





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정우성을 위한, 이병헌에 의한, 송강호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로 가장 덕을 보는 사람은 아마도 정우성일거에요. 매해 수십수백의 잘생긴 놈들이 쏟아져도 왜 정우성인지, 왜 아직 정우성인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연기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어요. 그의 훌륭한 몸, 그 하나면 충분합니다. 적당히 옷 입혀 세워놓으면 바로 그림이 되는 사내 정우성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이 바로 이번 영화에요. 이렇게 잘생긴 놈 박도원이 심지어 좋은 놈이기까지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거기다 말 타고 총 쏘는 자태는 또 어쩌구요. 정말이지 폭풍 맵시 하앍하앍 +_+ 그 잘난 아우라에 총알도 피해간다니까요. 간지로 AT필드를 펼치셨다는... (쿨럭쿨럭) 이런 오빠의 총은 무한 리로드 에디트를 해줘야 해요.

단지 시끄럽다는 이유로 여자를 쏘고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사람을 베어버리지만 알고 보니 나쁜 놈이기보단 불쌍한 놈, 사연 있는 놈인 박창이=이병헌은 전작 [달콤한 인생]에서 보여준 것만큼 멋집니다. 다만 그건 거의 다 기대한 거고 그 이상을 보여주기엔 이 영화가 그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어쩌겠어요. 억울하지만 그는 나쁜 놈인걸. 물론 전작에서의 인연 때문인지 셋 중에 가장 자세하게 소개되긴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나쁜 놈을 대변하기엔 좀 약하더군요. 그래도 배우 이병헌이 가진 매력은 잘 발휘합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들도 있었구요. (총 빨리 뽑기 등등)

이상한 놈이라기보다 좀 웃긴 놈, 명이 질긴 놈인 윤태구=송강호는 역시 기대만큼 해줍니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인데 전체적으로 좋지 않는 대사들에도 불구하고 송강호이기 때문에 그럴싸하고 역시 송강호이기 때문에 또 적당하게 웃깁니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배우 송강호의 매력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이 이미지로 굳어지는 거 아닌가, 이러다 차승원처럼 지루해질지도 모르는데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워낙 훌륭한 배우니까 기우이길 바랄 뿐이죠. 자칫 붕 떠버릴 수 있는 장면에서도 적절하게 웃음을 유발해내는 그를 보면서 충무로 최고의 배우 소리를 그냥 듣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이병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같이 붙어 다녔던 정우성이 이전 작품들에 비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상대인 송강호의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진지하기 짝이 없는 박도원과 참 엉뚱한 윤태구, 둘이 만나면 그냥 웃겼거든요.

SM이라면 지구 최강인 일본군도 놀랄만큼 변태적인 폭력도 사용하고 신체 부위 절단도 있어 꽤나 잔인하긴 합니다만 액션 하나하나가 임팩트를 가지지 못하고 절대 총알이 떨어지지 않는 박도원의 장총만큼이나 꾸준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피 튀기는 액션에 쥐약인 저도 그럭저럭 견딜만한 수준의 잔혹함이었어요. 다만 박창이가 윤태구의 친구로 등장하는 만길이=류승수를 고문하는 장면은 꽤나 수위가 셉니다. 가장 임팩트 있어야할 세 놈;의 삼자대면씬은 오히려 김이 샜지만요.

예고편에서도 귀를 잡아끌었던 달파란의 음악은 제법 훌륭했습니다. 김지운 감독 영화야 원래 음악은 좋으니까요. 근데 군데군데 대사가 잘 안 들리고 사운드가 튀는 장면들이 있던데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더군요. 아 그리고 칸에서 상영했던 버전에서는 특별 출연한 엄지원의 분량이 거의 삭제되었었다고 하던데 엄지원 개인적으론 아쉬울지 몰라도 그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놈놈놈]은 보물지도니 뭐니 해도 결국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단순무식한 남자놈들의 무차별적인 총질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드라마는 전혀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호오가 많이 갈릴 것 같은데 이전에 김지운 감독 작품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크게 불만 안 가지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이란 허무한 거고 돈 때문이건 뭐건 간에 이 놈들은 같이 붙여두기만 하면 어쩔 수 없이 총칼을 휘두를 놈들이니까요. 망해버린 나라를 뒤로 하고 떠나온 휑한 만주 벌판에서 할 줄 아는 건 도둑질과 총질 뿐인 그네들이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며 살았겠어요. 불타는 애국심도 없어서 현상금이나 노리고 열차나 터는 놈들인걸요. 칸에서 마카로니 웨스턴과 비교해 김치 웨스턴이란 별명이 붙은 영화라는데 웨스턴 무비 팬들이라면 좀 실망스러우실지도 모르겠어요. 별 다른 이유 없이 그냥 만주 벌판을 휘날리며 실컷 말 타고 총 쏴대는 영화거든요. 안에서는 설치류가, 밖에서는 다케시마가 어쩌고 설쳐대는 놈들이 있질 않나 안 먹는다는 소고기까지 들여 와서 골치 아픈 이 무더운 여름에 촛불 드느라 지치신 분들이라면 에어컨 빵빵한 극장에서 그냥 이 영화에 흠뻑 빠져 보시는 게 어떨까요. 화끈한 액션 하나만큼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2시간 19분일테니.


Posted by Tired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