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phile2010.08.21 01:15





영화가, 일본 영화가 뭔지 아무 것도 몰랐던 시절 조악한 화질로 보았던 흐릿한 기억의 재구성.
그 때도 어설프게 느끼고 가졌던 감정과 생각들이 몰아치니 어두운 길을 걸으며 또 다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건 오래 두고 다시 보아도 여전히 좋구나.


그 때도 참 간단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역동적인 카메라와 그와는 또 다르게 굉장히 단촐한 장소(세트) 안에서 풀어내는 영화가 무척 인상적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봐도 또 새삼 대단하다 싶네.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자의 시선으로 보는 갖가지 이야기들, 울창한 숲 속, 타죠마루의 또라이같은 웃음, 다 쓰러져 가는 羅生門, 시커먼 하늘에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 끝까지 진지하기만 해서 더 우스웠던 그래서 안타까웠던 스님,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도 절대 놓치지 않는 구로사와의 유머까지.


1950년에도 흑백 영화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고 서로 믿을 수 없어서 세상은 이미 지옥이라고, 우린 다 나쁜 놈들이라고 얘기했었는데 그 때보다 훨씬 화려해진 세상은 3D로 보아도 서글프고 무섭기 짝이 없다는 것이 새삼 쓰라리고 개탄스럽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속내 같은 것들을 많이들 말했는데 난 다른 것도 인상적이었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던 비가 그치고 집을 향해 걸음을 내딛던 이의 품에 안긴 아이를 비추며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던 구로사와. 누구는 그것이 촌스럽고 옥의 티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 때도, 지금도 그 순진함이 좋았고 맘에 들어.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라도 꿈은 품고 살 수 있다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조각난 사진에 담긴 순간들...


Posted by Tired Soul